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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터뷰에 앞서서 준비한 것 2가지

인터뷰에 앞서서 준비한 것 2가지

3차 멘토링 날, 자리에 앉자마자 숙제부터 물었습니다. 지난 시간에 인터뷰와 현장조사를 해오기로 했었거든요.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. 인터넷으로 자료를 몇 개 찾아봤고, 그다음엔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 답이 안 나와서 결국 아무것도 못 했다고요.

저는 이 대답을 듣고 학생들을 탓하지 않았습니다.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거든요. 그리고 사실 이 함정은 학생만 빠지는 게 아닙니다. 실무에서도 아주 흔하게 봅니다.

아이디어가 막히면, 아이디어를 더 굴리게 됩니다

“화재가 났을 때 노인들을 위한 대피 동선”이라는 주제를 받아든 팀은 곧바로 해결책을 떠올리려 했습니다. 어떤 장치를 만들까, 어떤 앱을 붙일까, BIM으로 뭘 구현할까. 그런데 아무리 굴려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던 거죠. 그래서 멈춰 섰고, 인터뷰도 자연스럽게 밀렸습니다.

당연한 결과입니다.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,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. 문제가 흐릿한 상태에서 해결책을 짜내려고 하면 무슨 답을 내놔도 근거가 없습니다. 그래서 스스로도 확신이 안 서고, 확신이 없으니 진도가 안 나가죠.

그래서 이날은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습니다. 지금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가 아니라 문제를 찾는 단계라고요. 아이디어는 그다음입니다.

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— 실제 프로젝트는 어떻게 굴러가는가

말로만 “문제부터 찾아라”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습니다. 그래서 제가 지금 제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민참여단 삼다수숲길 프로젝트를 꺼냈어요. 실제로 굴러가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를 밟아 지금의 아이디어에 도착했는지,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짚었습니다.

핵심은 하나였습니다. 그 프로젝트에서도 아이디어는 맨 마지막에 나왔다는 것. 그 앞에 사람을 만나고, 현장을 걷고, 흩어진 이야기를 묶어 문제를 세우는 긴 과정이 먼저 있었습니다. 학생들 표정이 이 대목에서 좀 달라지더라고요. 자기들이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감이 잡힌 눈치였습니다.

노인 한 사람 둘레에 누가 있을까 — 이해관계자 맵

인터뷰를 하려면 먼저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. 누구를 만날 것인가, 그리고 무엇을 물을 것인가. 이 두 개를 만들려고 이날은 도구를 두 개 꺼냈어요.

먼저 이해관계자 맵입니다. 화이트보드 한가운데 ‘노인’을 적고, 그 사람 둘레에 누가 있는지를 동심원으로 그려나갔습니다. 안쪽 원에는 매일 닿는 것들이 붙었어요. 가족, 이웃, 그리고 TV와 라디오, 주택, 반려동물까지. 사람만 관계자가 아니라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.

바깥 원으로 나가면 요양사, 사회복지사, 요양원, 노인복지회관, 그리고 소방관이 붙습니다. 제일 바깥에는 지자체가 물음표를 달고 붙었어요. 관련은 있는데 얼마나 가까운지 아직 모르겠다는 뜻이었죠. 저는 그 물음표가 이날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. 모르는 걸 모른다고 표시해두는 게 바로 인터뷰로 확인할 목록이 되니까요.

이 맵이 완성되자 “누구를 만날 것인가”에 답이 생겼습니다. 노인 당사자만 만나서는 안 되고, 매일 곁에 있는 가족·이웃, 돌보는 요양사·사회복지사, 현장을 아는 소방관까지 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요.

“무엇이 문제일까?” 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

두 번째 도구는 2차 때 한 번 써봤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입니다. 이번엔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제를 놓고 했어요. 벽 맨 위에 질문 하나를 붙였습니다. “무엇이 문제일까?” 그 아래로 노인의 화재 위험과 관련해 떠오르는 것들을 전부 적어 붙이고, 비슷한 것끼리 묶었습니다. 그렇게 다섯 덩어리가 나왔어요.

  • 가전 노후 — 콘센트 노후와 관리, 오래된 전자제품, 전열기·온열기 관리, 전기장판
  • 생활 속 화재 위험물 취급 — 흡연, 휘발유 등 유류 관리 소홀, 가스밸브 잠금, 쓰레기 소각
  • 고령 사용자의 취약함 — 나이가 들며 떨어지는 감각
  • 감지·경보 체계 미흡 — 화재경보 시스템의 고장과 오작동, 주택 내 대피 매뉴얼 부재
  • 외부 자연요인 — 벼락과 산불 같은 자연재해

이 다섯 덩어리가 붙자 팀의 시야가 확 넓어졌습니다. 그전까지 이 팀에게 ‘화재’는 뭉뚱그려진 한 덩어리였거든요. 그런데 이제 보니 불이 나는 원인, 불이 났을 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제, 알아차려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문제가 전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. 어디를 파고들 것인지에 따라 프로젝트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.

그리고 이 덩어리들이 그대로 인터뷰 질문지의 뼈대가 됩니다. 어르신 댁의 전기장판은 몇 년 되었는지, 경보기가 울린 적은 있는지, 울렸을 때 어떻게 했는지 — 막연히 “화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”라고 묻는 것과는 질이 다른 질문들이죠. 벽에 붙은 다섯 덩어리 옆에는 5 Whys도 함께 적어뒀습니다. 답을 들으면 거기서 “왜?”를 다시 파고들라는 뜻으로요.

이제야 인터뷰를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

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에 인터뷰 숙제를 낸 건 조금 성급했습니다. 누구를 만날지, 무엇을 물을지가 없는 상태에서 “인터뷰 해오세요”라고 하면 못 하는 게 당연하거든요. 이날 두 개의 도구를 거치고 나서야 그 두 가지가 손에 잡혔습니다. 그래서 과제를 이렇게 다시 정리했습니다.

  • 인터뷰 대상자는 이해관계자 맵에서 고른다 — 벽에 붙은 사람들 중에 누구를 먼저 만날지 팀이 직접 정하기
  • 질문지는 어피니티의 다섯 덩어리를 가설로 삼아 만든다 — 덩어리 하나가 곧 확인해야 할 가설 하나
  • 다음 주 수요일 저녁까지 실제로 인터뷰를 마친다

여기서 ‘가설’이라는 말을 일부러 썼습니다. 벽에 붙은 다섯 덩어리는 아직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짐작한 것이거든요. 전기장판이 위험할 것이다,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져 불이 난 걸 늦게 알아차릴 것이다, 경보기가 울려도 대처를 못 할 것이다 — 전부 그럴듯하지만 확인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. 인터뷰는 이 짐작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러 가는 자리예요.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것도 큰 수확입니다. 오히려 그때 진짜 문제가 드러나거든요.

마감을 다음 주 수요일 저녁으로 못 박은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. 기한이 흐릿하면 이번처럼 또 밀리거든요. 8월 말 결과 공유회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, 현장의 목소리를 손에 넣는 일은 더 미룰 수 없습니다.

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 아이디어를 더 굴리는 건 답이 아닙니다. 한 칸 뒤로 물러나서 문제를 다시 보는 게 훨씬 빠릅니다. 이건 학생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에요. 저도 프로젝트가 막힐 때마다 같은 자리로 돌아갑니다. 막힌 건 대개 머리가 아니라 순서니까요.

다음 시간에는 진짜 사람의 이야기를 들고 올 겁니다. 그때 이 다섯 덩어리 중 어떤 게 살아남고 어떤 게 무너질지, 저도 궁금하네요. 4편에서 이어서 전할게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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